"엉 엉 하고 싶어~~~ 하고 싶다구~~"
"하세요~ 선배님. 뭐가 무서워서 못합니까?"
이상한 상상을 하지 마세요.
일주일 전 평소 가깝게 지내던 경찰관분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약속장소에 나갔었지요.
그날 그 자리에는 정년퇴임을 며칠 앞 둔 #경찰관 한 분이 계셨는데 술이 몇 순배 돌고 나자 그 분께서 "난 퇴임식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사라질꺼야~"하시더군요.
뜬금없는 폭탄선언에 동료 경찰관들이 "아니 선배님 무슨 말씀이세요? 평생을 경찰에 몸을 바쳐 근무하다가 이제 정년퇴임을 맞는데 동료경찰과 가족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물러나셔야지 왜 조용히 사라집니까?"라며 말렸습니다.
하지만 정년퇴임을 앞 둔 그 경찰관께서는 "지난 6월 30일에 내가 내 바로 위 선배 정년퇴임식을 치러 드렸잖아... 그런데 근무시간이라는 이유로 동료경찰관들이 아무도 퇴임식이 열리는 강당에 올라오지 않는거야.. 그래서 경무과에서 참석을 독촉하는 방송을 했는데 나는 그 방송을 듣고는 그만 충격을 받고 말았네"하는거 아니겠습니까?
후배 경찰관이 "아니 왜 충격을 받아요?"라며 되묻자 그 분께서는 "경무과 직원이 방송을 하는데 '잠시 후 강당에서는 우리 서 ooo님의 정년퇴임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퇴임식에 참석하는 경찰에게는 훈련시간을 인정해 드릴테니 강당으로 집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방송을 하더군. 솔직히 경찰관이 정년퇴임을 한다는 것은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그런 정년퇴임식에 참석하라는데 훈련시간을 인정해 준데도 참석들을 안하더라구....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라며 목소리가 떨리시더군요.
후배 경찰이 다시 "에이 설마 그럴리가요~~ #경찰 하면 상명하복의 조직이자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진 집단인데요~~"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자 그 경찰관분이 " 본 서에서 근무하지 않고 #지구대 에 나가서 근무하다가 퇴임을 하니까 본 서에 근무하는 직원들하고 친할 수가 없었지. 직원들도 잘 알지도 못하는 동료 퇴임식에 올라가기가 그랬을거구.... 그래서 난 그날 결심을 했어. '6개월 후 내가 #퇴임할 때는 저런 치욕은 당하지말아야지'라고 말이야~ "하자.
"최소한 1~20년은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면 다 아는 사이인데 잠깐 몇달이나 몇년 못봤다고 퇴임식에도 안가? 그건 좀 너무했다"라며 동료 경찰관도 안타까워하더군요.
이때 퇴임을 앞 둔 경찰관이 다시 "사실 나도 후배 경찰이 '30년 이산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구설수에 휘둘리지 않고 정년을 맞은 걸 축하한다'는 송사를 읽어주면 내가 또 그 뒤를 이어서 "경찰관이 된 걸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자랑스런 경찰관으로 남아달라"는 답사를 해주고는 진심어린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는 걸 꿈꿨었는데 정말 꿈으로 끝나는거 같아 허무해~~"라며 울먹거리시더군요.
그러자 후배 경찰관이 "선배님, 퇴임식 하세요.. 저희 #고속도로순찰대 직원들 중 쉬는 직원들 다 동원하고 본 서에 있는 동료들 참석하라고 할께요.. 사모님 모시고 나오세요... 사모님하고 자녀들 박수 받으며 떠나셔야 하잖아요~~"라며 퇴임식을 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그러자 이때 퇴임을 앞 둔 경찰관이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는
"엉~ 엉~ 엉~~ 하고 싶어.. 나도 하고 싶다구~~~ 37년을 경찰에 몸담고 죽을 고비를 수십번도 더 넘겼어~~ 진짜 이렇게 도망가듯이 떠나기는 싫다구....." 흐느끼시더군요...
그 순간 저는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퇴임식 하십시오. 이렇게 도망치듯 물러나시면 이런 퇴임이 선례가 돼서 후배들에게 나쁜 전통을 물려주게 되는 겁니다. 꼭 하셔야 합니다"라며 퇴임식을 하시라고 말씀 드리는데 아랫 배 한 쪽에서 주먹만한 무언가가 치고 올라오는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평생을 바치신 ooo님. 박수 받으면서 당당히 떠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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