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한나라당이 정치를 잘 하는 거다...

the zoom 2009. 6. 10. 01:17

 

 

원래 부동층은 기억력이 길게 가지 못한다. 부동층인 자체가 정치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대충 이런 거라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냉면을 좋아하는데 정작 찾아간 냉면집이 맛이 없다.

"아, 여기는 이게 맛 없고, 이게 문제고..."

당연히 다음에도 다시는 거기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냉면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어지간한 냉면집 찾아가서도,

"여긴 좀 별로네?"

이러고서도 나중에 또 그 사실을 잊고는 그리로 찾아들어간다.

이를테면 정보에 대한 충격량이 다른 거다. 냉면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냉면이 맛이 없다는 건 용서 못할 - 잊을 수 없는 사건이지만, 냉면이야 그냥저냥한 사람에게 그런 정도는 길가다 껌 밟은 정도에 불과한 거다. 당연히 기억도 휘발성이 되고.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노무현 죽었다고 난리지? 그러나 그것이 1년이나 갈까? 2년은? 그러나 노무현 죽었다고 여전히 욕해대는 사람들은 1년은 커녕 10년 뒤에도 욕할 사람들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이 옳을까?

지난 탄핵정국 당시 탄핵사실을 사과했던 민주당과 끝까지 잘했다 버텼던 한나라당과 이후 행보를 보더라도 그것은 바로 드러난다. IMF사태를 초래하고서도 오히려 야당 잘못이라 당당했던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것에 비해, 양극화와 부동산 거품의 책임을 떠안고서 당시 정부를 비판하고 거리를 두었던 민주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계속 가는 것은 부동층이 아닌 지지자들이다. 선거야 부동층으로 해도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은 지지자들에게서 나온다. 또 부동층을 끌어당기는 것도 그들 지지자들이고. 그런데 지지자는 외면하고 엉뚱한 곳만 보고 있으니.

하긴 노무현이 실패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분명 그를 대통령까지 만들어준 지지자들이 있었다. 그 지지자들이 바라는 정치가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이 한 정치는 지지자는 내버려둔 채 반대자들만 바라보며 하는 정치였다. 지지자는 떨어져나가고, 반대자들은 여전히 반대자로 남고... 지지율이 바닥을 기지 않으면 이상한 거였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얼마나 명쾌한가? 아무리 욕을 들어먹어도 그들은 결코 자신들의 지지자를 저버리는 법이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에 적대적인 지지자들에 대해 배신하는 법 없이 끝까지 노무현의 죽음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무 잘못 없다, 아무 책임 없다, 노무현의 잘못이다, 추모하는 놈들은 죄다 수상한 놈들이다... 얼마나 좋은가?

솔직히 요즘 같아서는 내가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지 않은가 후회가 될 정도다. 조금 더 보수적이어서, 아니면 뇌를 한 절반쯤 덜어내서라도 한나라당을 지지했다면 속은 좀 후련했을 텐데. 뇌 절반으로는 부족할까? 4분의 3? 5분의 4? 아무튼.

어쨌거나 저런게 바로 정치를 잘한다는 것이다. 정당정치라는 것이고. 자신의 지지기반, 자신의 이념적인 성향에 충실한 것.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눈치보기를 하는 것이 아닌 일관성을 지키는 것.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백년이 가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민주주의란 가장 평화로운 전쟁이다. 평화롭지만 그러나 치열한 전쟁이다. 얼마나 자기네 전선을 튼튼히 하며 적을 공략하는가? 전선을 분명히하고 그에 전력을 집중하는가? 주위 눈치나 보고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놈들따위...

지지율 높은 게 괜히 높은 게 아니다. 두고보라. 한나라당 지지율 어떻게 바뀌는가를. 이대로라면 아마 두어달 가기도 전에 지지율은 역전이다. 고정지지층이 굳건한데 부동층은 언제나 흔들리니. 그런데도 하는 짓거리란 정동영 껴안기. 하여튼 이놈들은...

지금 현재로서 가장 낡아빠진 구태정당이 민주당이다. 한나라당은 그보다 조금 낫고. 아니 민주노동당보다도 낫다. 하는 짓거리들이 뭣같아서 그렇지 지지자는 확실히 챙기니. 정말 뭣같은 현실이지만. 민주당? 그냥 웃는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