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내 고향 횡성의 회다지 소리

the zoom 2008. 7. 2. 11:54

겨울, 횡성은 맵다. 겨울, 횡성은 쓸쓸하다. 그런데도 왜 횡성으로 가는가. 바람도, 눈발도 비끼어나는 골짜기에 간간이 박힌 온기 때문이다. 에둘러서라도 꼭 들러야 할 풍수원성당이 그러하고, 병지방계곡의 토종적인 삶이 그러하고, 고래골의 참숯가마가 그러하고, 웃을지 모르겠으나 안흥의 찐빵이 그러하다. 그렇게 보면 정금리의 회다지소리조차 자못 푸근하고 편안하다.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서러 마라 / 명년 삼월 돌아오면 꽃은 다시 피련마는 /
한번 가신 우리 인생 자취조차 간 곳 없네 - 횡성 <회다지소리> 중 ‘회심곡’

이별은 서럽고 죽음은 애달프건만 무릇 세상만사가 다 그러하니, 망자의 이불 회(灰)를 밟는 이의 마음은 오히려 담담하다.

 


◇10일 열린 제19회 태기문화제에서 40여명이 운구하는 상여가 외나무다리를 수월하게 건너는 모습이 연출되자 관광객들이 탄성과 박수갈채를 보냈다. <橫城=李明雨기자

횡성 회다지 소리



에호리 달회야

    ("에 이번 소리는 산신님께 고했습니다. 예!")

에호리 달회야

    ("에 이번 소리는 외곽손님께 고했습니다. 예!")

여보시오 지원님들1)

    ("에 이번 소리는 광중에2) 육신령께 고했습니다. 예!")

이내 소리를 받아를 주오

    에호리 달회야

먼데 손님은 듣기가 좋게

    에호리 달회야

굼실굼실 다져를 주오

    에호리 달회야    

상모맥이를3) 굽어를 주오

    에호리 달회야

차례차례 연차례로

    에호리 달회야

일심협력 다져를 주오

    에호리 달회야


§ 에이허라 달호

-에이허라 달호  

-에이허라 달호  

-한 번은 상으로 쓸고  

-또 한 번은 하로 뽑아  

-두무치4) 장단에 발 맞추어  

-추근 추근이 다져를 보자  

-여보시오 계원님들  

-무슨 노래를 불러를 볼까  

-회심곡을 아뢰어 볼까  

-초한가를 불러를 볼까  

-시중잡가를 불러를 볼까  

-시중잡가를 불러를 보자

-이 세상에 나온 사람  

-뉘덕으로 태어를 났나  

-석가여래 제자가 되여  

-삼태성에 복을 타고  

-칠성님전 명을 빌어  

-아버님전 뼈를 타고

-어머님전 살을 �어

-이 세상에 탄생을 했네

-한두 살엔 철을 몰라

-부모님 은혜를 모르다가

-사오십이 지난 뒤에

-부모님 생각이 간절쿠나

-어제까지 검든 머리

-오늘날에 백발이 되고

-눈 어둡고 귀 먹으니

-망령이라 일삼는데

-구석 구석 웃는 소래

-일천간장이 다 녹는다

-둘씩 둘씩 마주 서서

-세발치기를 다져를 보자

-만승천자6) 진시황이

-육국을 통일후에  

-아방궁을 높이 짓고  

-만리장성을 쌓은 연후에  

-동남동녀 오백인을  

-삼신산에 보내여다  

-불사약을 구하여서  

-장생불사를 하렸으나  

-여사래 무덤이요  

-천하일색 양귀비도  

-매호간에 묻혔으며  

-글 잘하는 이태백과  

-시 잘 짓는 도연명도  

-일생일사가 분명하여  

-무주고혼이 되었구나  

-에이허라 달호  

-에이허라 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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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지원님네→계원님네.  2)광중 : 무덤의 관이 들어갈 자리.  3)상모맥이 : 광중의 왼편 위쪽의 모서리.  4)두무치→두마치. 두박자.  5)만승천자(萬乘天子).  

◇ 하관을 한 후 흙에 횟가루를 섞어 넣고 다지면서 하는 소리. 앞소리꾼은 밖에서 소리를 메기고 광중에는 회다지꾼 여섯명이 횟대를 들고 들어가 발로 다지면서 후렴을 받는다. 보통 세켜 또는 다섯켜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