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배알'도 없는 일본야구!!!

the zoom 2008. 8. 21. 12:22

사람들은 '언짢은 일 등으로 아니꼽거나 분한 마음이 일어날 때' 흔히 '배알이 뒤집힌다'는 표현을 쓴다.

배알의 사전적 의미는 '창자 또는 마음'인데 일반적으로 쓰이는 배알은 그런 것보다 일종의 '자존심'과 같은 뜻으로 이해된다.

베이징올림픽 한국야구대표팀의 전승행진이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는 요즘 같은 무대에 서 있는 일본의 행보를 보면 배알이 뒤집힌다. '배알'도 없어 보이는 일본의 행태는 왜 일본이 가까우면서도 멀 수밖에 없는 나라인지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일본야구의 '배알'

일본야구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지난 1870년 최초 야구의 보급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져 있고 1936년 첫 프로야구 경기가 치러졌다고 기록돼 있다. 그 역사만 130여년이고 핵심인 프로야구는 어느덧 71년째에 접어들었다.

한 마디로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야구 초강대국이다. 역사만 긴 것이 아니라 사실상 야구가 일본국민들의 '국기(국가 대표운동)'로서 소위 말하는 '인프라'가 대단하다.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야구인구만 1000만 명에 이르고 근간이라는 아마추어 즉 고교야구팀은 2000개를 넘고 있다.

'라이언 킹'
이승엽이 활약하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를 본 사람들은 연일 구장을 가득 메우는 일본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 미국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이치로 스즈키, 마쓰자카 다이스케, 마쯔이 히데키 등은 물론이고 가장 부러운 점은 4계절 야구하기 좋은 돔구장만 6개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거대한 일본야구에 비해 사실 한국은 역사, 인프라, 근간 등등 어느 것 하나 그들보다 앞서는 게 없는 어떻게 보면 초라한 수준이다.

한국프로야구 역사는 1982년 출범해 올해 26년차를 맞았고 고교야구팀은 전국을 다 합쳐 60개 내외다. 돔구장은 고사하고 50-60년 된 야구장이 아직도 프로야구 선수들의 무대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야구 인프라만 놓고 본다면 일본은 다 큰 어른인데 한국은 아직도 중고교 과정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어른 울린 중학생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대표팀의 무패행진이 온 국민의 관심을 폭발시키고 있다. 이미 한국야구의 매서운 맛은 지난 2006년 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검증된 바 있고 이번 올림픽에서 저력을 재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 쿠바 등 야구 강대국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7전 전승으로 상위 4개 팀이 겨루는 결선 토너먼트에 당당히 1위로 진출했다.

예선에서 드러난 가장 큰 통쾌함은 '중학생' 한국이 '어른' 일본을 제압한 것이다. 물론 미국, 쿠바도 있지만 미국은 진짜 어른을 데려오지 않았고 쿠바는 그래도 아직은 '아마야구 최강'이라는 타이틀에 갇혀있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일본프로야구가 자랑하는 최정예 멤버를 모두 선발해 이번 올림픽에 임했고 거기다 일본은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채택, 아주 오래 전부터 베이징올림픽만 손꼽아 기다려온 나라다.

스스로 무덤 판 일본

그런 일본이 한국에 무릎 꿇었으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세우던 콧대가 크게 꺾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전 패배도 패배지만 일본의 본선 1라운드 성적은 4승3패로 형편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또 한 번 창피(?) 아닌 창피를 감수해야 했다. 준결승전에서 쿠바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사실상의 져주기 게임을 해 빈축을 샀다.

종주국 미국은 그래도 정상적인 게임을 하려 노력하면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실리라는 명분하에 자존심이고 뭐고 없는 변칙적인 투수운용에 맥 빠진 경기로 일관하다 결국 그들이 원하던 바를 이뤘다.

경기 뒤 일본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면서 4강전에서 다시 만나게 된 한국에 "복수하겠다"고 말했다.

'배알'도 없는 것인지 호시노의 모습은 세계야구의 초강대국이라는 일본대표팀의 감독답지 못한 일개 '졸장부' 같은 처신이다. 신성한 올림픽 경기에서 그것도 야구 강대국이라는 일본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져주기 게임을 해놓고 뒤에서 웃는 모습이라니 한심해 보이기 짝이 없다.

비록 그들은 뜻하던 한국을 얻었을지 몰라도 승리를 장담할 처지는 아니다.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또 한국에게 진다면 그 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일본야구는 자존심도 잃고 실리도 잃을 큰 위기를 스스로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