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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the zoom 2006. 9. 4. 20:29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가장 무섭운 존재로 인식되어 졌던 이름 아버지.

 

결혼을 하고 나서 아버지란 이름으로 불려지는 지금.

 

아주 가끔은 내 아버지와 나를 비교해보면서 성찰의 기회를 갖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야만이 훌륭한 아버지가 되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많은 교육자들이 부모의 역할과 자녀교육방법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지만

 

그 또한 정석이 아닐터,

 

다만 사회에서 굳어진 통념과 그들만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논리로

 

피를 토하듯 자녀란 부모란을  외치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가중되는 업무속에서 맞이한 9월의 첫 일요일.

 

내가 만든 원주루어사랑클럽의 회원들이 루어낚시를 가자고 열화지만

 

제비새끼마냥 입을 벌리고 나만 쳐다보는 두 아들놈의 눈초리를

 

매정하게 외면할수가 없었다.

 

쉬는 날은 자기들과 축구를 해줘야 한다고 우겨대는 통에 귀가 찢어질 지경이다.

 

전날도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녀석 때문에 일찍 귀가하여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소고기와 삼겹살로 저녁파티를 하고 한국과 이란과의 아시안컵 경기를 응원해 주었건만

 

도대체 녀석들은 만족을 모르는 족속인가 보다.

 

할수없이 루어출조를 오후 늦게로 미루고 녀석들의 성화를 들어주기로 했다.

 

"좋다. 축구를 하러 가자!"라고 했더니 두 아들놈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난리도 아니다.

 

올해 5학년인 큰 아들놈은 전화통을 붙들고 몇마디 하더니 내 손을 잡아 이끈다.

 

큰놈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니 어느새 동네 또래 녀석들 대여섯명이

 

우리를 기다리는게 아닌가?

 

녀석들을 차에 태우고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팀을 나누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녀석들이 무섭게 뛰어 다닌다.

 

'저놈들은 작은 박지성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는 녀석들을 보니

 

무한한 에너지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후반이 모두 끝나도 녀석들은 지칠 기색이 전혀 보이지가 않는데

 

공을 몰고 상대편 골대까지 갔다가 지쳐 돌아올 줄 모르는 내 모습을 보니

 

기가 막혔다.

 

그나마 작년에 담배를 끊어서 이나마 뛸수 있다는 생각에 위안은 되었지만

 

좀더 건강에 투자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때 큰 아들놈이 "한게임 더요!"를 외친다.

 

난 목숨이 경각에 달했음을 느끼고

 

"이놈아! 더하면 아빠 죽어! 그만하고 가까운 저수지로 새우잡으러 가자"고 했더니

 

녀석들이 그것도 좋단다.

 

이곳 강원도 원주는 시내에서 20분만 가면 섬강이 있고,

 

30분만 가면 치악산이 있으며, 1시간만 가면 동해바다가 나오는

 

그야말로 자연과 교감하기에는 천혜의 도시이기 때문에

 

가까운 저수지에 족대를 끌면 민물새우가 많이 잡힌다.

 

아들놈들과 동네꼬마들에게 얼음과자를 사주고는 차에 태워서 가까운 저수지로 갔다.

 

녀석들에게는 위험하니 밖에서 기다리게 해 놓고 혼자 저수지로 들어가

 

족대를 끌으니 대여섯번만에 200여 마리의 민물새우를 잡을수가 있었다.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녀석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새우를 넣고 라면을 끓여주니

 

축구를 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탓인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는 먹는다.

 

녀석들의 먹는 모습을 보며 '내 아버지도 나를 보고 이런 느낌을 가지셨을까?'라고

 

생각이 들자 괜히 머쓱해진다.

 

마침 들어오시는 아버님을 향해 "요즘 어디 편찮으신데는 없으세요?"라고 여쭙자

 

"어디 아프냐?"라며 의아해 하신다.

 

"아네요. 그냥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궁금해서요?"라며 낚시대를 들고 차에 올랐다.

 

아버님께 "내일은 쏘가리 회와 매운탕에 소준 한잔 하세요"라는 말을 건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