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쏘가리 포획금지기간이 끝난 바로 다음날.
bokga회원님과 강가회원님, boda회원님, 정용구회원님, 서형문회원님, 그리고 나는 그동안 잊고 살앗던 손맛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고 남한강으로 달려가고 말았다.
길게 뻗은 남한강과 무엇이 그리 급한지 아래로 아래로 내려닫는 여울,
그리고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은듯이 고요하기만한 소가 우리들을 반겼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이어서 그런지 강물이 조금 불어있었지만 탁도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ㅋㅋㅋ.... 이런 날이 대개 대물이 터지는 법이지...'라며 내심 대물을 기대하고는 50여일간의 금어기로 인해 잊혀졌던 캐스팅 감을 살리면서 한번 두번 캐스팅에 열중하다 보니 시간은 밤 10를 넘기고 강변은 쥐죽은 듯이 고요해질 무렵,무언가 '투둑'하는 느낌이 손끝에 전해져왔다고 느끼는 순간!
로드끝이 둥그렇게 휘는것이 아닌가? 순간 "왔구나"라는 확신과 함께 나는 얼굴도 모르는 적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1분....
2분....
놈은 마치 록커가 헤드뱅잉을 하듯 머리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며 바늘털이를 하면서 끌려 나오지 않겠다며, 아니, 쉽게 당하지 않겠다는 듯 저항을 시작한다.
5분이 지나고 점점 팔에 힘이 빠져나감을 느낄때 서형문회원이 와서 로드를 받쳐주면서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놈과의 싸움에 자신이 있었던것은 출발하기 두시간 전 신화낚시 사장님이 새로 출시됐다며 추천해주신 일제 요쭈아미 원사로 만들었다는 ACE-ONE라인을 나의 릴인 SHIMANO BIO-MASTER에 새로 장착을 했기에 라인이 터져서 놈을 놓치는 일은 없을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10여분이 가까워 오자 놈도 저항을 포기했는지 순순히 끌려 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발밑까지 놈이 끌려왔을때 내앞을 가로막는 형문회원의 한마디. "이거 준치잖아!
"헉! 분명 쏘가리 입질이었는데 준치라니?" 온몸의 맥이 풀리고 릴과 로드를 강바닥으로 내 팽겨치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 농담을 잘하는 형문회원이기에 혹시나 하면서 놈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심봤다~~~~~"라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랬다. 놈은 52센테미터의 대형 얼룩쏘가리였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대물 쏘가리. 그 거대한 몸짓 만큼이나 저항도 유별났던 대물쏘가리 녀석은 그렇게 나의 품에 안기고 있었다.
내 가슴은 세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박지성선수마냥 요동을 치고 있었고, 두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내 목소리는 강하고 분명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제 나도 5짜 조사다~~~~~~~"
그렇게 5짜와의 황홀한 조우가 끝나고 시간이 열한시를 지나 자정이 가까워올 무렵, 회원들이 하나 둘씩 철수를 서두른다.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bokga회원님과 강가회원님이 보이기에 보란듯이 5짜 대물을 내보이는데 강가회원님이 "내것보다 작은데?"하시는것 아닌가?
'헉! 이기 뭔소리고? 내것보다 작다니? 그럼 강가회원님도 5짜를?'
득달같이 달려가서 강가회원님의 꿰미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보았다.
내가 잡은 대물과 비슷한 사이즈의 얼룩무늬의 괴물을......
우린 서둘러 줄자를 가지고 놈의 신장을 재어보니 내가 잡은 괴물과 강가회원님이 잡은 괴물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52센티를 나타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하이파이브를 외치고 서둘러 bokga회원님의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왜?
얄팍하게 썬 쏘가리회를 안주삼아 새끼손가락만한 쏘가리 쓸개를 탄 쓸개주로 회춘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