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한 소리

[사랑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the zoom 2007. 11. 23. 16:15
지금부터 420년 전인 1586년 6월 1일
안동에 살던 고성 이씨 양반이 병마를 이겨내지 못한 채 31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임신중이던 아내는 병이 중한 남편의 쾌유를 위하여 자신의 머리카락을 삼 줄기에 묶어 엮은 미투리와 함께 언문(한글)으로 쓴 편지를 남편의 가슴에 얹어 남편을 묻는다.

412년이 지난 1998년 봄 이 분묘를 이장하려고 개봉한 후손들은
위 귀한 편지와 미투리를 가슴에 안고 염할 때 모습으로 고이 잠든 조상님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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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아버지께]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당신 말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라는 건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을가요
이런 슬픈 일이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러울까요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어서 와서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오셔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길에서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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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동의 어떤 회사는 물건을 팔면서 이 편지를 동봉하여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이 여인의 정성으로 그 남편은 400년이 넘을 때까지 귀한 모습을 고이 간직하여 후손들을 감동시키고, 그 덕을 입은 후손들은 많은 인물들을 배출하였고

이 편지와 미투리에 담긴 이 여인의 남편에 대한 사랑과 정열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들 가슴에 뜨겁게 남아있습니다.

어찌 이 여인만 그 남편을 사랑하겠습니까?
세상의 어느 여인이 저 여인만큼 남편을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서른하나의 꽃같은 나이에 저 여린 여인과 자식을 두고 간 저 아까운 젊은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남편이 어디 저 분뿐이겠습니까?

남편보다 먼저 가는 아내
아내보다 먼저 가는 남편
부모보다 먼저 가는 자식

하늘님이 정해주신 가이없는 목숨
우리는 주변에서 피눈물나는 이별을 매일 같이 봅니다.

핸드폰으로 1번을 누릅니다.
우리 이쁜이가 받아 “웬 일 이슈?”하고 웃습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저 400년전의 여인보다 더 열심히 사랑할 겁니다.

사랑만 하고 살아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짧습니다.
죽도록 사랑만 하고 살아도 우리의 목숨은 너무도 불쌍합니다.

아내를, 남편을
우리 모두 사랑합시다!
(‘07. 11. 21.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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